[일기] 인우아빠, 불량가장 그리고 바른생활맨.
그간 사용한 제 닉네임으로, 약 7년간 저의 변화를 그대로 표현합니다.
인우아빠 라는 닉네임은 2003년 즈음 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던거 같습니다.
2003년은 저의 두번째 변화 시기로, 두아이가 각각 5세, 3세로 큰애는 어린이집,
둘째는 본가에 가 있었습니다. 더불어 저도 두번째 직장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큰애가 5세나 되었는데, 부끄럽게도 저는 그제서야 제가 아빠라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인식해야 한다는 현실을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아빠는 아니었습니다만, 그래도 맡은바 책임을 회피하지는 않았고, 또 나름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그것을 위해 내 개인적인 욕심을 양보할
생각은 그다지 없었던, 한마디로 아빠로서 자각이 별로 없던 저 때문에 집사람이
많이 힘들어 했었습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라도 잊지 않고자, 닉네임을 인우아빠로 했었습니다.
한가지 웃긴 사실은, 이미 그때 둘째가 있었음에도 닉네임을 정할때 둘째를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은, 얼마나 내가 그때 아빠로서 자각이 없었는지를
보여주는 반증이라 하겠습니다. ^^
두번째 불량가장이란 닉네임은 아마도... 2007년 초 였던걸로 기억합니다.
큰아이가 학교에 가면서 프라이버시를 고려하여 인터넷상에서 나와의 연관고리를
끊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장난감 취미는 큰아이 교우관계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되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닉네임을 새로 정해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다른 집 아빠들을 보면서, 제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자각하기 시작했습니다.
흠... 이 부분은 매우 미묘하고 오해 소지가 많은듯 하여 조심스럽군요.
간단히 키워드만 나열해 보겠습니다.
1) 좋은아빠, 나쁜아빠의 평균은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편차가 너무 크고 critical value 가 너무 많습니다.
2) 2003년 이직 후, 너무도 가정적이고 아이들에게 헌신적인 직장 동료들을 보면서
완전 컬쳐 쇼크를 받았습니다.
3) 아이들이 조금씩 예뻐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더불어 아이들에게서 행복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 이런 변화가 보통사람들에 비해 너무 늦었다는 걸 자각했습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타고난 성향은 속일 수 없었습니다.
며칠, 몇주는 스스로를 속일 수 있지만, 결국 이성적으로 누르고 있던 개인적 성향은 더 큰 반발로
튀어 오르곤 했습니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자신의 성향을 고쳐야 겠다고 판단, 일차적으로
자신이 스스로 불량가장임을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 닉네임을 불량가장으로 정했습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개과천선한건 아닙니다만,
3년이 지난 지금, 어느정도는 가치관도 변했고, 나름 부인과 애들과 같이 사는 것에
익숙해 진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스스로 한가지 깨달은 사실이 있는데...
그건 부모로서 최소한의 자세는 자기 인생을 똑바로 사는 것이란 사실입니다.
뭐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 더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인정하는 사실은,
그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본 모습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일찍 자라고 하고서는 난 늦게 잔다거나, 게임하지 말라고 하거나, 공부열심히
하라고 하거나... 이런 기본적인 것 부터해서, 앞으로 아이들이 커서 어떤 인생을 살도록 이끌어야 할지...
모든게 내가 먼저 잘 하는게 기본이자 전부라는 사실을 이제와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그럴 기회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는 사실도.
물론, 그렇다고 해서 사람이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습니다. 바로 어제도 집사람에게 비교육적인 태도로
짜증냈었고, 오늘 아침에도 둘째에게 윽박지르고 출근했습니다.
(비자발적 토요일 강제 출근... 은근히 사람을 피폐하게 만듭니다. 회사 탓은 안하겠습니다.
이 나이가 되도록 아직도 강제로 주말 출근 당해야 하는 처지인게 잘못이지요. )
그러나, 그나마 아직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큰아이가 이제 초등 5학년,
딱 1년이란 기회가 저에게 주어졌습니다.
그 기간동안 얼마나 제가 똑바로 사는 모습을 애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지,
아니, 보여준다는 말 자체가 틀렸습니다.
과연 내가 얼마나 '바른 생활'을 할 수 있는지, 스스로 매일 다짐합니다.
그러기 위한 닉네임, 바른 생활, 그리고 바른 생활맨입니다.
흠... 말이 너무 거창해서 쑥쓰럽기 그지 없습니다.
이 쑥쓰러움을 에너지로 3년 후에는 다른 닉네임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