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ife/daily2009. 10. 6. 11:17

[일기] 마지막 던젼에서의 공허함 - 모든걸 다 이룬다면...?





최근 YS 7 이란 게임을 즐겁게 재미있게 맛갈나게 잘 행복하게 플레이 하고 있습니다.
정말 손에 짝짝 달라 붙는 액션과, 적당히 긴장되는 난이도, 거기에 맛갈나는 타격감,
올해의 게임으로 의심하지 않았던 파타퐁2에 버금가는, 아니, 그 이상의 게임으로 정말
말 그대로, '태어나길 잘 했어~"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최고의 게임입니다.

초반 헐벗은 누더기 장비로 얼마 안되는 SP에
필살기는 엄두도 못내고 살금살금 콕콕 적을 찌르다가,

후반 삐까번쩍한 최강 럭셔리 디럭스 장비로
온갖 화려한 필살기의 향연을 보고 있으면

그간 노가다의 보람을 느끼며 흐뭇한 만족감에 기분이 업되기도 합니다만...

한편으로는 '벌써 마지막 던젼이구나' 하는 아쉬움과 함께,
'이미 모든걸 가졌기에 더이상 바랄 것이 없는'
공허함이 밀려 옵니다.

...

그러고 보면, 게임의 목표는 모든걸 다 가진, 아쉬운게 없는 최고 최강 레벨인지 모르지만,
진정한 게임의 즐거움은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천신만고 끝에 최고의 장비를 얻고 봐야, 정작 그걸로 썰어줄 보스는 겨우 한 둘이 남았을 뿐입니다.

되려, 포션 구입할 푼돈을 한푼 두푼 아껴서,
갑옷 살 돈 까지 모두 쏟아내어 구입한 바스타드 소드로 썰어낸 적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는.

바스타드 소드를 얻고서, 적들 써는 속도가 2배가 되었을 때 기쁨은, 
최종 보스를 한방에 날렸을 때의 기쁨의 몇배 였습니다.

...

그러고 보면, 인생도, 취미도 다 같은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장난감 취미를 시작할 당시,
20평아파트 전세 대출금에 갓난아이 둘 기저기 값 대기도 벅찬 상황에서
카이요도 로봇 뮤지엄 겟타를 살 때, 올마나 손이 떨리고 양심이 찔렸는지...
내색은 안했습니다만 내가 이래도 되는건지 정말 갈등하면서도
구입해 온 그 놈들을 만지작 거릴 때면,
(이럼 안되는데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 지금도 궁색하기는 여전하지만, 그래도 그 때 그 시절 보다는 살림도 피고
장난감도 그 시절 보다는 부담없이 구입합니다만,
또, 그 시절 카이요도 겟타보다 몇배 비싸고 멋진 장난감들을 여럿 구입합니다만,
그 때의 감흥은 이제 아련한 추억입니다.

...

게임이 막바지에 왔는데, 누더기 장비를 들어봐야 지난 날의 감흥이 다시 돌아오지는
않을 겁니다. 어짜피 인생은 후진불가 일방통행이니까요.

그러므로, 지나간 풍경 다시 돌아 보기 보다는, 조금 속도를 늦추고 지금 눈앞의 풍경을
온전히 여유롭게 찬찬히 즐기는게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게 게임이든, 장난감이든, 육아든 뭐든 말이지요.


흠, 게임 하다가 별 뻘글을 다 써 봅니다.
Posted by hwan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