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스팩 블랙 사레나가 발매되었습니다.
국내에도 이제 슬슬 풀릴때가 되었는데...
역시 마이너 중의 마이너 케릭터라, 아마 블랙 사레나를 아시는 분은 꽤 드물겁니다.

언젠가 한번 이야기... 아니, 저를 아는 분은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여러번 이야기
들으셨겠지만, 한번 더 이야기 하겠습니다.



일단 나데시코 부터 간단히 이야기 하면,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미소년, 소녀가 벌이는 밀고 당기는 사랑 이야기와 액션, 개그가 뒤섞여있는 복합장르로 일본에서 출판만화, TV, 비디오, 극장판으로 제작되어 대히트를 기록한 <기동전함 나데시코>(나데시코: 패랭이꽃;순정적인 여인상을 뜻함)가 국내에 DVD로 출시되었다. 본작은 국내에서도 출판 만화와 지난해 SBSTV를 통해 방영된 바 있으며 이미 수많은 마니아들을 형성하고 있다...
라고 소개 되는, 한마디로,

"분홍색이 가득한, 남자 주인공 한명에 여자들은 종류별로 다 나오는 미소녀 하렘물"

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이건 좀 과장된거고, 애니메이션 자체는 정말 볼만합니다.)




여하튼, 밝고, 단순하고, 사람 좋고, 착하고, 붙임성 좋고, 순박한 남자 주인공 아키토.
본편에서 결국 여주인공과 결혼해서 잘 먹고 잘 살게 되었다...로 알고 있었는데!!!!

극장판에서는 시작할때 부터 주인공 부부가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다더니,
본편의 아키토와는 쌩판 다른, 음침하고, 시니컬하고, 쌀쌀 맞은 청년이 아키토 비스무래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자, 그럼 블랙 사레나 이름부터 알아 보지요.
나데시코에 나오는 네르갈 제작 기체들은 꽃의 이름을 붙인다는 전통이 있습니다.
블랙 사레나, ‘검은 백합’ , 꽂말은 ‘저주’, ‘원망’, ‘심연’.

(여기부터 내용 까발림 있습니다.)

비행기 폭발 사고로 불귀의 객이 된 주인공 부부, 사망사건은 위장된 것으로 그들은
화성의 후계자들(쉽게 말해서 나쁜놈들!)에게 잡혀서 보손 점프 실험에 강제적으로
쓰이는 모르모트 신세가 됩니다.

그 와중에 주인공 아키토는 계속되는 뇌계열 신체실험으로 인해 미각과 대부분의 신경이
손상되어 버렸습니다. 라면 포장마차를 갖는 것이 꿈인 순박한 청년은 원하지도 않은
힘 덕분에 미래와 현재의 행복을 모두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본편을 아시는 분은 이게 얼마나 큰 비극인지 아실겁니다.)

그러함에도 아키토는 사랑하는 부인을 구하기 위해 일어섭니다. 그것도 예전 동료들에게
피해가 갈까 혼자서 결행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런 와중에 구하게 된 기체는, 네르갈 연구팀이 실험을 종료한 후 전시 혹은 폐기처분 될
운명이었던 기체로, 쉽게 말해서 초기에 몰았던 구형 에스테바리스의 개량버젼입니다.

... 하지만 첫 출전에서 아키토는 겨우 목숨만 부지한 채, 절망과 비운만을 안고 돌아오게
됩니다. 이미 화성의 후계자는 무츠레(극장판의 ‘호쿠신’이 이끄는 북진7인중의 기체)를
배치하고 있었고, 크림슨의 기술을 사용한 신형기체가 무려 7대나 나오는데 구형 에스테
바리스가 이길 수 있을 리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구형 에스테바리스를 다시 개조 하여 탄생한 기체가 바로 「블랙 사레나 (A1)」입니다만...

이게 간단히 말하면 그냥 각종 장갑을 여기저기 붙이고 그래서 무거워진 중량을 극복하기 위해
연료식 슬라스타 + 중력파 추진기능을 장착했습니다만...

상대해야 하는 북진7인중은 오랜기간 제작해 온, 기동력이 뛰어난 백병전용 기체.
하지만 이쪽은 속도는 빠를지언정 이것 저것 다 붙여놓은 바람에 대응력은 극도로 떨어져버린 기체.
열심히 공격을 하지만 적은 다 피해버리고 적의 공격은 다 맞고...
(정말 처절합니다.)

그래서 다시 개수작업에 들어가는데...
적이 다수라 내구성을 떨어뜨릴 수는 없으니 장갑은 그대로,  무거우니 그 이상의 추진력을
붙이기 위해서 S형의 다리 슬라스터를 여기저기 붙이고, 무기는 양손에 시작형 빔 암을 장착.

이렇게 하면 손을 사용할 수 없으니 테일 바인더의 끝에 앵커 크로와 매직 암을 붙이고,
추진력이 너무 센 나머지 기체가 받는 하중이 세지자 사지를 반 고정해서 기체 강성을 높이고,
슬라스터를 더 추가해, 장갑을 두껍게 한 것이 바로,
「블랙 사레나 (A2)」로 바로 극장판 기체 입니다.

정리하면, 블렉 사레나는 참으로 절박한 상황에서, 짓밟혀 가면서 개조의 개조를
반복해 갔고, 그 성능또한 조잡하기 그지 없는 그런 기체인 것입니다.

유일한 무장도 빔 암인데, 이걸로는 화력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실제로 극장판에서도
적이 다 몸으로 받아냅니다. 건담이나 마징가Z에서 보듯이, 스치기만 해도 적들은
무서지고, 우리편은 빗발치는 총탄에서도 싹싹 빠져나가는 그런 장면과는 큰 대조를
이루지요.

그런 와중에 적들은 7마리가 덤비지, 와이프는 인질로 잡혀서 보숀점프 유닛으로
사용되고 있지, 본인은 감각도 성치 못해서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상태...

그럼에도 아키토는 공포, 약한 마음에 괴로워하면서도 아내 유리카를 위해,
그리고 딸 루리를 구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전장에 몸을 던집니다.
그 과정에서 느낀 마음의 불안은 얼마나 큰 것이었을까요. 극 중에서 호쿠신의 대사인

 ’아무리 두꺼운 장갑으로 가려도 마음의 약함은 가릴 수 없다!’

란 말은 이러한 배경을 알고 본다면 각별하게 느껴집니다.

여하튼, 그런 의미에서 블랙 사레나는... 각별한 의미를 갖지 않는가 싶습니다.



p.s :
더불어, 저는 중년남자가 조종하는 로봇에 아주 아주 각별한 감정을 갖습니다.
건담들에서도 뉴건담을 좋아하고,
진겟타를 좋아하고,
빅오를 좋아하고,
블랙 사레나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 아닐까...

열혈 로봇 조종사는, 역시 인생의 참맛을 아는 중년이 조종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


Posted by hwan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