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ife/daily2008. 4. 22. 16:16
[1]
... 아마도 1978년 쯤 일거다.
그 당시 마징가Z를 보는데, 주인공인 쇠돌이란 놈이 알고 보니 16살 고등학교 1학년인거다.
그래서 그때 생각했다.
"아, 대충 16살 정도 되면 세계 평화를 위해 싸워야 하는가 보다."
 
(그리고, 저런 쭉쭉 빵빵한 여자친구도 사귀는가 보다.)
그래서, 어서 빨리 국민학교 졸업하고 고등학생이 되고 싶었다. (진담.)

[2]
그리고, 198X년, 어찌어찌해서 대전에 정착하게 되었다.
얼마나 있게 될지 몰랐지만, 여하튼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벗어나는데 10년 걸렸다.)


[3]
그리고 나는, 정신 차려 보니 어느새 서른이 훌쩍 넘어 애가 둘이나 있는데도

이제 겨우 예비군이었다.

(남들은 다 민방위인데 말이다.)

대충 세어보니 마흔 다 되어서 끝나는거다. OTL
정신 연령이 국민학교 이후로 발전이 없었던 나에게 마흔은 상상도 할수 없는 나이었다.
(느낌상) 내가 민방위가 되는 건 지구가 멸망한 이후에나 올거 같았다.



그리고, 나는 오늘 마지막 예비군 훈련을 받았다.


[4]
... 그 지겹던 예비군 훈련도 마지막이라 하니 왠지 기분이 새롭다.
오늘 예비군 중대장님께서 오는 7월부로 완전 퇴역하신다고 하신다.
예비군 시작할때 부터 뵙던 분이라 왠지 섭섭하다.
어느새 시간이 휙휙 지나가는게 느껴진다.

그러고 보면, 지금까지 나는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결혼, 취직,
육아 모든 순간을 빨리 빨리 처리하고 다음 단계로 지나가는 것 만을 생각했지,
그 순간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알차게 보내는건 전혀 생각도 못했지 않나 싶다.

가족과 나들이 소풍을 간 순간에도, 알레르기가 도질까, 빨리 집에 가기만을
바래왔고, 박사과정에도 오로지 졸업만을, 하다못해 게임을 해도 오로지 엔딩만을
향해 달려가지 않았나...

후회된다.

흠... 그 지겹고 시간낭비같은 예비군 영화 관람이 이렇게 아쉽고 안타까와 보기는 처음이구나.


p.s : 예비군 훈련이 아직 한번 더 남았단다. 흠... 왠지 반가웠다.
Posted by hwan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