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ife/daily2008. 11. 20. 21:05
오늘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듯 합니다.

어제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더니만, 오늘 아침에는 급기야 일어날 수가 없더군요.
평생 이렇게 아파 본적은 처음입니다. 지난번 결석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증상은, 목염증+몸살감기 인데... 머리는 터질듯이 아프고 열은 마구 치솟는데
땀이 나질 않는 겁니다. 얼마나 아팠는지 이러다가 죽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어제 병원에서 맞은 주사가 이상한게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도 들고 별별
생각이 다 드는 겁니다.

오전에 잠시 아버지께서 잠시 들리셨을때는 좀 낫는듯 하더니만, 아버지 가시고
나니 다시 같은 증상... 거기에 심장박동까지 빨라지고...

왜 아버지께서 들리셨을때는 괜찮았을까, 깨질듯이 아픈 머리로 열심히 생각을
했는데, 문득, 이게 정신적인 원인이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상태가 평범한 감기 몸살이 아닌 것은 확실했습니다.

비몽사몽간에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는지 곰곰히 추적을 해 보니,
기가막히게도 회사 일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내 스스로 납득도 안되고
그렇다고 대안은 없는, 그런 답답한 일.

생각하고 싶어서 생각하는 것이 아닌 만큼, 생각을 안하려고 노력하는 건 도움이
안되더군요. 그래서 다른 생각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집사람, 큰아이, 작은아이...

그러자, 거짓말 처럼 드디어 몸에서 땀이 나기 시작하는 겁니다. 정말 믿을수 없을
정도로 정확한 반응이 오자 스스로의 몸 변화에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심장 박동도
정상으로 돌아오고 몸에서 땀도 나오기 시작하니, 이제야 정상적인 몸살 감기로
돌아왔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다 나은건 아닙니다만.)

...

아마, 저도 오늘 일을 이야기로 들었다면 시큰둥했겠습니다만, 저는 오늘 몸소 기적을
경험한 기분입니다. 마음의 병으로 부터 몸에 이상이 오는 것을 처음 경험했습니다.

그간, 저는 회사일로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자신했었습니다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를 계속 회피하고 있었고, 그걸 제 자신은 잘
알고 있었던 겁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그 스트레스는 계속 제 몸을 갉아 먹고 있었던
것이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고혈압이 된 것부터 그 시기가 딱 맞아 떨어지는데, 애써
저 자신만 아니라고 부정하고 있었던 겁니다.

당장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오늘 일로서 그냥 덮어두고 지낼 수 있는
일은 아니구나... 란 생각입니다. 마음의 병으로 부터 몸에 영향이 오는 것을 실감했으니
뭐든 해야 겠습니다.

일단, 이 놈의 지랄 맞은 회사 일도 좀 중심을 잡고 가야 겠습니다. 이렇게 휘둘리며 사는
것도 정말 못할 짓입니다. 그리고, 그간 자포자기 하고 지냈는데, 다시 스스로를 일으켜서
뭔가 일을 해야 겠습니다. 그리고, 또 ... 신앙을 가져볼까, 하는 생각도 드는 군요.

시간이 지나면 오늘 생각을 다 잊어 버릴지도 모르지만, 오늘 경험은 절대 잊지 못할 겁니다.
Posted by hwanjoon